두고 온 여름

성해나 작가의 소설 <두고 온 여름>은 가족의 범위와 경계, 그리고 그 속에서 한 개인이 느끼는 소외와 불안, 회복의 가능성을 담담하면서 섬세하게 그려내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기하’가 새엄마와, 새엄마가 데려온 동생 ‘재하’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을 따라가면서 소설이 전개된다. <두고 온 여름>은 가족이라는 가장 익숙하지만 낮설어질 수도 있는 공동체를 배경으로, 기하가 겪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세월 속에 남겨진 아련함, 그리고 어렴풋한 치유와 성장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소설은 기하의 기억 속 어린 시절을 담담하게 복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와 평온하던 두 사람의 일상에 새엄마와 재하가 등장하는 순간, 기하는 집이 더 이상 자신의 아지트가 아님을, 자신의 세계가 바깥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기하는 어린 시절을 아버지와 단둘이 보냈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저 사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없는 존재이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재혼으로 삶의 풍경이 바뀐다. 아버지의 새로운 아내는 사진 속에서 보던 존재감 없던 어머니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기하에게 세상의 모든 풍경은 낯설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사진관을 하던 아버지가 매년 여름이면 찍어주던 기하의 독사진은 없어지고, 가족 사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 소설은 ‘기하’의 시선과 ‘재하’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보여진다. ‘가족’, ‘타인’, 그리고 ‘나’ 사이의 경계를 묻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 고군분투하는 두 소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된 동생 ‘재하’는 자기와 다른 생활습관, 취향, 말투와 행동양식을 가진 ‘외부인’으로 기하에게 느껴졌다. 재하는 기하와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기하는 그런 재하를 알면서도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다. 동시에 새엄마와 아버지의 시선과 기대 역시 부담으로 다가온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피도 섞이지 않은, 과거도 공유하지 않은 두 아이는 과연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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